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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정오’다

 
2016.12.20 16:18  


기다리던 목요일 인문학 시간이 되었다. 강의안을 받아 드는 순간 마음을 스치는 아름다운 향기가 얼굴에서 미소로 피어올랐다. “노년은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정오’다”는 문구가 온몸을 전율케 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열심히 살았으나 보상은커녕 억울함을 달랠 길 없어 허탈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어떤 때는 남의 일같이 않아 동병상련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나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아득하고 어떻게 그 험한 날들을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도 인복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마다 나의 삶은 왜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지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계셨고 8개월이 못되어 돌아가셨다. 그 때문에 가계는 급속히 기울었다. 일하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오빠 등에 업혀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주머니들의 젖을 얻어먹어야 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기에 아버지를 제대로 한 번 불러보지도 못했다.
 
동네 친구들이 ‘아버지’하고 부르며 달려갈 때면 나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밤이면 마당에 나가 아버지를 부르며 하늘을 향해 목 놓아 울곤 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온다.
 
서른한 살에 과부가 되어 남매를 기르며 사시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철이 들어서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시절 나에게 소리치고 야단치는 어머니를 보면 너무도 서럽고 야속했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계모인 줄 알았다.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은 항상 어두웠고 추운 겨울과 같았다. 어려서부터 젖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나는 체질적으로 약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한 번씩 더 쳐다보며 안쓰럽게 생각하곤 했었다. 학창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조회 때나 체육 시간에도 빈혈로 쓰러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녔다.

 
나의-어린-시절은-항상-어두.jpg▲ 나의 어린 시절은 항상 어두웠고 추운 겨울과 같았다.
 
 


내가 20대였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후 오래지 않아 올케도 돌아가시더니 오빠도 세상을 떠났다. 처녀인 내 손으로 이 세 분의 상을 치렀다. 그리고 오빠의 사 남매가 나에게 남겨졌다. 그 아이들을 이곳저곳으로 보내어 먹고 사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막내 조카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보육원에 맡겼다. 막내 조카를 보육원에 맡기고 돌아온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 이후에도 많은 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워 울어야 했다.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돈도 없었고 쇠약해진 나의 몸으로 세상을 이겨낼 자신도 없었다. 신경쇠약에 빠진 나는 약 없이는 하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젊은 처녀의 몸으로 세 명의 장례를 치르고 조카들까지 다 떠나보내고 혼자 남게 되니 세상이 나를 버린 것만 같았다. 아니 신도 나를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서른셋 나이에 나에게도 사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만성 신우신염과 합병증 그리고 위궤양에 간은 굳어져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다. 집도 없고 건강도 없는 나는 하늘 아래 버려진 몸이었다.
 
먹을 수도 없고 한 걸음을 걷기도 힘들었다.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나는 언제 저렇게 걸을 수 있을까 하며 얼마나 울었던가? 그런 나를 하나님이 깨끗이 고쳐 주셨다. 이후 하나님의 손길은 나름대로 사람 노릇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셨다.
 
그 후 삼십 년의 세월을 살면서 다섯 번이나 수술했다. 나의 일생은 질병이라는 친구와 함께 하는 여정이었다. 심지어 수술하다가 성대를 다쳐 말을 못 했던 적도 있었다. 왜 이다지도 나의 인생은 거칠기만 할까? 하루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그런 인생일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날을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항상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겨우살이를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그렇게도 잘못해서 이런 죗값을 받는 걸까?

 
꽃이-만발한-따뜻한-봄날-모.jpg▲ 따뜻한 봄날 꽃이 만발하여 모든 사람이 환성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러나 나를 사랑하시는 분은 변함없이 늘 내 곁에 계셨다. 바로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나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계시지 않았다.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도 나를 건져주시고 안아주셨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마다 나를 업고 가셨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과 믿음을 얻으면서 더는 살얼음판 위 같은 삶에서 위태한 내 삶이 깨어질까 봐 염려하지 않게 하셨다.
 
하나님은 나의 성대를 다시 돌려주셨고 유방암도 고쳐주셨다. 다시 건강을 찾게 하셨다. 이제는 나의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나의 몸도, 마음도, 나의 영혼도, 나의 물질도, 나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쌓이니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인생의 봄날도 다가왔다.
 
이제 신체적으로는 나이가 들었다. 일터를 떠나 조용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번민이 찾아온다. 어떻게 해야 인생의 마지막을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고민에 빠져 복지관을 찾았다. 복지관에서 건강관리, 봉사, 취미생활 등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다. 봉사자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는 아침 일찍 셔틀버스를 타고 복지관으로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탁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배운다. 합창단에서는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노래도 새롭게 배운다. 라인댄스도 해본다. 그중에 가장 흥미 있는 시간은 인문학 시간이다. 나의 행복을 찾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더는 흘러간 세월을 다시 가지고 와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왜 그렇게 나의 일생을 춥기만 한 모진 겨울을 살게 했느냐고 하나님께 푸념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미웠던 것도 억울해하던 것도 그리고 원망했던 것도 모두 지워버렸다. 이제는 편안하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
 
누구나 한번 왔다가 돌아가야 할 저 고향에 두려움 없이, 후회할 것 없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40여 년 전에 들었던 마틴 부버의 이야기가 오늘 인문학 시간에는 놀라운 깨달음 가운데 새롭게 다가온다.

 
노년은-저무는-시기가-아니라.jpg▲ 노년은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정오’다.
 
 

나는 옛날을 회상하며 지금까지 지내온 날은 나의 오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문학 시간은 지금까지 내 삶이 겨울이라고만 여기며 춥게만 느꼈던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시간은 나 스스로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내 일생에서 최고의 봄날이요, 정오라는 것이 피부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지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웃기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즐겁게 지낸다. 이것이 따뜻한 봄날이 아닌가? 나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 앞에서 늘 아파했던 내가 이제는 꽃 피는 봄날, 정오인 지금을 위함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노년은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정오’다”는 말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따뜻한 봄날 꽃이 만발하여 모든 사람이 환성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나는 그 봄날 지금까지의 내 삶을 토대로 가장 아름답고 화사한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모두와 가장 아름답고 벅찬 봄의 향연 속에서 최상의 기쁨을 노래할 것이다.
 
유정애 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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